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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일수가 90일, 즉 3개월이라고 해 보자. 내년도 재고자산 회전일수를 60일로 줄인다고 계획을 수립하면 한마디로 월별 재고자산 계획이 비교적 간단하게 수립 가능하다. 매출채권이나 매입채무 역시 마찬가지이다. 많은 기업들이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늘어나고 매입채무 회전일수는 줄어드는 상황을 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유동성 확보에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불황기에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일단 재고자산, 매출채권, 매입채무에 신경을 쓰자. 그리고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회전일수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수익성을 기존의 영업이익률에서 이익/투하자산(총자산, 자본)으로 정의하는 자산수익성(총자산수익성, 자본수익성)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4. 탄력적인 비용계획을 수립하라.
불황기에 예산을 수립하려고 할 때, 많은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지침을 마련한다. 올해 대비 70% 수준에서 비용예산을 수립하라. 이 때부터 각 사업부에는 비용예산 삭감 목표치가 하달된다. 대패식 예산삭감이 시작된다. 결국 전등 불끄기, 1회용 커피를 줄이기, 회식 예산삭감, 교육예산 삭감 등의 조치가 뒤따른다. 하지만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 되면 고객 서비스를 줄이고, R&D 비용을 줄인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코닝(Corning)의 비용예산 수립 방식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코닝은 예산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사업확장(Expansion of Business) 예산, 두 번째는 생산성향상 (Productivity Improvement) 예산,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지비용(Maintenance) 예산이 그것이다. 예상하시겠지만, 불황이 오면 가장 먼저 절감의 대상이 되는 항목은 물론 유지비용 예산이다. 원칙 없는 경비 절감이나 급작스런 해고과정에서 발생하는 핵심인력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코닝과 같은 체계적인 예산수립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5. 성장성이냐, 수익성이냐?
모든 기업이 꿈꾸는 명제는 ‘수익성 있는 성장’ 이다. 하지만 수익성과 성장성이란 목표는 불행하게도 상충될 때가 많다. 두 가지 요소를 아우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불황기에 기업은 성장성을 추구해야 하는가?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는가? 정답은 ‘기업이 처한 상황마다 다르다’ 이다. 일반적인 경우를 먼저 말해 보자. 당연히 불경기에는 성장성 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국의 월마트를 꿈꾸던 뉴코아는 유통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전국 주요 지방도시와 신도시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부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자기자본 없이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이용한 결과, 높은 부채비율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에 이르고 만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본다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의 경우는 불황기가 성장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는 말도 된다. 그들에게 위기는 기회이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맥킨지의 분석결과에서도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불경기에 성공적으로 대처한 미국 기업들의 경우, 경기 호황기에는 M&A에 의한 성장보다는 자생적 성장을 위주로 한 반면, 불황기에 접어든 순간 공격적으로 M&A 에 투자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즉 2000~2003년의 불황기 동안 성공한 기업들을 실패한 기업군과 비교해 보면, 1999년 이전은 13% 정도 M&A 에 대한 지출이 적었던 반면, 반대로 불황기 동안은 M&A 관련 투자가 7% 정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사항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불황기에 성공한 기업은 실패한 기업에 비해 자본적 지출이 15% 이상 높았다.

6. 효율적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Tip 
올 사업계획 수립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래 예측이 힘든 혼란기에는 계획수립에 있어 그 누구도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리한 반복이 이어질 여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아마도 사업계획 수립 시 나타나는 목표이동 현상이 꽤나 심할 수 있다. 목표이동 현상이란 외부 상황에 대한 이해나 내부 전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 상향식(Bottom-line) 식으로 한번 짜보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그걸 보고 판단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이다. 이 때 대부분의 기업은 목표를 조정하게 되는데, 불황기가 될수록 조정의 횟수가 높아진다. 1~2번에 그쳤던 “전면적으로 새로 짜시오” 가 3~4번이 반복될 여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때마다 목표는 상향이동 되는 것이 바로 목표이동(Moving Target) 현상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불황기일수록 경영진의 의지와 전략을 확정하고 이를 모든 구성원이 알 수 있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찌 보면 사업계획은 그 다음이다.

불황기일수록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앞에서 얘기한 조정작업이 많아질수록 실행보다는 계획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항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목표와 예측을 분리하고 예측을 위주로 하는 단기 연동계획(ex. 분기계획)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조직에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Stretch Goal)를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단기예측이고 운용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 달성이다. 목표에 입각한 사업계획이 뻔히 돌아가는 현실을 부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평가시 경쟁자의 성과를 반드시 반영하라. ‘사업계획을 왜 수립할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가장 솔직한 이유는 평가시 잣대로 쓰일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도구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전략이란 ‘나를 알고, 남을 알고, 나와 남이 활동하는 시장을 아는 것’이다. 작년보다 100% 성장을 해도, 경쟁자가 200% 성장을 하면 잘 못한 것이다. 반대로 내가 -20% 성장을 해도 경쟁자가 -50% 성장을 하면 잘 한 것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자. 조사결과에 의하면 경쟁자의 성과를 평가시 반영하는 기업은 11%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불경기에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생각해 봐야 할 6가지 주제에 대해 짧은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불경기를 이기고 살아남은 기업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단 불경기를 이기는 기업은 대부분 호황기에 불경기를 대비하는 기업이다.